신경림은 1955년 문단에 데뷔한 시인이자 문학인으로 낮달, 갈대, 석상과 같은 시를 발표했습니다. 신경림 농무는 그의 첫 시집에 실려있는 작품이죠. 1955년 데뷔를 했지만 데뷔 후 10년가량 시를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동료 시인인 김관식 시인에 의해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때 발표한 시로 원격지, 산읍기행, 시제, 농무 등이 있습니다. 신경림의 시 여러 편이 초중고 국어나 문학 교과서에 농무와 가난한 사랑 노래, 목계장터와 같은 시가 실려 있어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는 편입니다.
농무가 수록된 첫 번째 시집으로 신경림 시인은 만해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이 시집 속에 실린 시들의 특징은 농민의 삶에 대해 서정성인 짙은 표현으로 한 시들이 많습니다. 이 시집에는 총 40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전부 농촌의 현실을 표현하고 있는 데 고집스러울 정도로 농촌을 소재로 시를 썼습니다. '민중의 뿌리는 흙에 있고, 농민이 역사를 끌어가는 주인이다'라는 고집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그의 시에는 농민의 애환과 함께 농민의 정이 느껴지는 시가 많습니다.
[대표 시 추천] 신경림 - 농무, 서정성 짙은 농민의 삶
신경림 농무는 농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농악을 소재로 소란스러운 농악과 삶의 적막함을 대비해 한국의 민족 정서가 깔려 있는 농촌의 정서를 잘 표현해서 많은 공감을 얻은 작품입니다.
농무 /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 장세 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벼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첫 구절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는 청각과 시각적인 심상을 함께 이용하여 농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 줍니다. 여기서 막이 내렸다는 건 어떻게 보면 농촌 사회의 막이 내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해요.
다음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은 어느덧 막이 내리고 텅 빈 그리고 쉽게 해체 가능한 가설무대로 허무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 꽹과리를 앞 장세 워 장거리로 나서면 / 따라붙어 악을 쓰는 쪼무래기들뿐'
역설적 표현으로 답답하고 고달픈 삶이 더 와닿습니다. 아직 삶이 무엇인지 모르는 조무래기들은 농무 추는 농민들의 마음과 달리 그냥 재밌어 악을 쓰는 것일 테지요. 그래서 더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제일 마음 아픈 구절입니다. 요즘이야 그래도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농촌의 삶은 힘듭니다. 시기가 안 맞으면 1년 농사가 다 물거품이 되어 버릴 때도 많으니까요. 그럴 땐 농촌 일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것입니다.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일 해서 무엇하나 하는 심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도수장이 무엇인지 아나요? 바로 도살장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소나 돼지 같은 것을 도살하는 곳이죠. 이곳에 도착해 더 신명이 난다는 표현은 너무 슬픈 표현입니다. 차마 글로 적을 수 없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죠. 비록 가축의 생명이 끝나는 곳이지만 어쩌면 농민의 힘겨운 삶도 끝나길 바라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날라리를 부는 것도 어깨춤을 추는 것도 그런 마음을 떨쳐내기 위한 몸부림은 아닐런지...
참 가슴 아픈 시입니다. 농민의 애환과 고달픔이 잘 표현된 시입니다. 이 시가 쓰인 지 몇십 년이 지난 지금 농촌의 현실이 많이 좋아졌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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