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유독 쌀쌀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5월 중순에 접어든 요즘 날씨가 참 따스하니 좋습니다. 올 4월은 오히려 3월보다 쌀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는 데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꼈을지 궁금하군요. 그래서 5월의 따스한 햇볕이 참 좋습니다.
이런 5월엔 읽을 만한 시가 참 많습니다. 5월이라는 계절이 주는 의미가 많기 때문이겠죠.
이전에 올린 시들입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 그런지 가족에 관한 시도 많죠. 오늘 소개하는 시뿐만 위 글의 시들도 같이 감상해보세요!
오늘은 짧고 좋은 시 몇 편 소개합니다. 원래 시라는 것이 함축적이고 은유를 내포하고 있어 짧게 표현한 시가 많죠. 그 중에 몇 편 짧고 좋은 시를 골라봤습니다.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나를 꼬드기네
어깨에 둘러멘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네
저 도화지처럼 푸르고 하얗고 높은
하늘 나를 충동질하네
멀쩡한 아내 버리고 젊은 새 여자 얻어
살림을 차려보라네
저 못된 것들 좀 보소
흐르는 냇물 시켜
가지 밖으로 얼굴 내민 연초록 시켜
지갑 속 명함을 버리라네
기어이 문제아가 되라 하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한여름
태양처럼 빛나던
사랑도
열정으로 몸살을 앓던
사랑도
가슴에도 고이 남아
추억으로 살고
산사에서 잊혀진 사람
꽃 이름도 간다
그대가 잡아 준 손이
참 따뜻합니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싶습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 들 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것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5월은 적당히 따스한 햇볕이 우리들 마음의 긴장을 풀어 줍니다.
산과 들엔 파릇한 잎새들이 우리들 눈의 긴장도 풀어주죠.
이럴 때 나무 그늘 진 야외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짧고 좋은 시들 감상하면 어떨까요?
이 외에도 정말 짧고 좋은 시 중 몇 편은 이미 올린 적이 있어 아래 링크 걸어두겠습니다.
워즈워드의 명시 - 무지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1) | 2021.05.24 |
---|---|
[좋은 시 추천] 목계장터 / 신경림 - 바람 같은 삶의 애환 (0) | 2021.05.18 |
자목련 지는 날 / 정정남, 짧은 봄날 같았던 (0) | 2021.05.08 |
짧고 좋은 시 4편과 클래식 기타 명곡 소르의 위안(L'encouragement) (0) | 2021.05.04 |
5월 가정의 달 아버지에 관한 시 3편 감상 (0) | 2021.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