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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좋은 시] 목계장터 / 신경림
[짧고 좋은 시] 목계장터 / 신경림

 

[좋은 시 추천] 목계장터 /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뒷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신경림 시인의 시는 아래 인용한 글을 보면 알 수 있듯 농촌에 살았던 경험을 담아 농민의 고달픔을 다루지만 항상 따뜻하고 잔잔한 감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감동을 주는 시들이 많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시 '목계장터'는 떠돌이 장사꾼들의 삶이 펼쳐지는 목계 장터를 배경으로 쓴 시입니다. 이 시를 통해 민중들의 애환 어린 삶을 표현하고 그들의 강한 생명력을 토속적인 언어를 이용해 아름답게 적어간 작품입니다.

 

신경림 시인의 고향 마을에 있는 목계나루에서 열리는 장터의 풍경에서 특히, 이곳저곳 떠다니며 장사하는 떠돌이 장사꾼의 모습이 참 애달프다는 것을 담담한 어조로 써 내려간 것이죠. 

 

어려서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가서 들판을 뛰어놀던 경험이 있어 그런지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표현한 구절이 선명하게 와 닿습니다. 이름 없는 들꽃들이 들판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모습을 본 분들은 그 모습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또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라는 구절은 어찌 보면 참 식상한 표현이지만 물건을 팔기 위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장사꾼들에겐 바람처럼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것입니다. 어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떠돌아 다니는 삶 자체가 바로 바람 같은 삶인 것이죠. 우리도 매어있는 삶을 벗어나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고 싶어 질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 구절도 마음에 와 닿는 것입니다. 

 

신경림 시인의 목계장터를 읽다 보니 삶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해 마음에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시인이 태어나 자란 곳은 정착만을 의미하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과는 달랐다. 그 마을은 농사일이 주가 되는 농촌이 아니라 때로 농사는 뒷전이거나 부업이 되고 뒷산의 광산 일이 주업이 되는 조금은 이질적인 풍속이 자리한 반농(半農)의 마을이었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당시(일제강점기)의 광산에는 경향 각처의 별별 사람이 다 모여들었다.

그의 고향 마을은 일제 징용에 끌려갔다 돌아온 사람들의 느려 터진 토박이 방언과 함경도·평안도·전라도 등에서 내려오고 올라온 억센 팔도 사투리들이 엇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시끌벅적 장터가 들어서고 풍문이 들려오고, 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든 사람이 빈 곳을 채우는 활기 넘치는 마을의 유다른 풍속이 감수성 예민한 소년 신경림에게 미친 영향은 실로 적지 않았으리라. 이렇듯 소년 신경림은 정착과 유랑의 접경이자 교착점이랄 수 있는 고향 마을의 특유한 생태 환경 속에서 자랐다. 훗날 시와 생활에서 보이는 그의 양면적 기질(정착과 유랑, 부드러움과 강함)은 마을의 이러한 풍속에 힘입은 바 크리라.

나는 시인의 고향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영감의 원천인 ‘목계나루’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강안에 처박힌 조각배가 그곳이 나루터였음을 알리고 있었다. 책보를 어깨에 멘 어린 신경림이 나를 부르는 환청에 잠시 마음이 어지러웠다. - 이재무 (시인·서울디지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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