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꽃잎이
또 하루를 운다
자목련 나무 밑에 흩어진
당신 벗어놓은,
고무신 한 짝
큰 맨발이 더 사랑스러운
짧은 봄날 같았던
아내
- 자목련 꽃말은 숭고한 사랑 또는 자연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이 시는 이 꽃말에 딱 맞는 시인 것 같습니다. 문예 창작반 선생님이 소개해 준 시인 데 읽을수록 마음에 와 닿는 시입니다.
어떻게 저런 시선을 가질 수 있을까요? 시를 전문적으로 배운 분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직장 다니다 아내와 사별 후 직장을 그만두고 버스 운전을 하셨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요. 뒤늦게 시 작문법을 배우고 쓰신 시라고 하는 데 너무 좋습니다.
'자목련 나무 밑에 흩어진 / 당신 벗어놓은, / 고무신 한 짝'
- 목련은 꽃잎이 툭 하고 떨어지잖아요? 꽃잎이 꽤 큰 편인데 그 꽃잎을 보고 시인은 고무신을 떠올린 것입니다. 시를 읽으면서 떠올려 보니 목련 꽃 모양이 정말 고무신과 비슷했었구나 하며 감탄했습니다. 왜 저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이런 차이가 바로 일반인과 시인의 차이겠죠.
'큰 맨발이 더 사랑스러운 / 짧은 봄날 같았던 / 아내'
- 일찍 돌아가신 아내분이 떠오른 겁니다. 자목련 꽃잎으로 고무신이 연상되고 그 고무신을 신고 다니셨던 아내분이 떠오른 겁니다. 짧은 봄날이 감상할 새 없이 지나가는 것처럼 아내분의 인생도 기억할 여력 없이 일찍 마감되셨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더 애틋하고 그리움이 커진 것이겠죠.
정말이지 자목련 꽃말에 딱 어울리는 시입니다. 숭고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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