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메신저의 꿈꾸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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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읽다 만 시(詩)들을 50대 들어 다시 읽고 있는 데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30대, 40대 어쩌면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며 먹고 사는 데 집중하며 문학과는 본의아니게 거리두기를 하며 살았었더랬죠. 30대 초에 대부분 결혼하고 애 낳은 뒤 육아에 집중하며 가족들과 같이 지내느냐 모두 정신없이 지낸거죠. 그런 정신없는 시기가 좀 지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며 다시 문학과 거리를 좁혀 가고 있는 데 예전만큼 마음에 와 닿지는 않네요. 그래서 더 문학 특히, 시를 읽으며 잃어버린 감성을 살려보고 싶네요. 

 

나희덕 시인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와 同대학원을 졸업하고 同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작품으로 시집 『뿌리에게』(창작과비평사, 1991)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작과비평사, 1994) 『그곳이 멀지 않다』(민음사, 1997)『어두워진다는 것』(창작과비평사, 2001) 『사라진 손바닥』(문학과 지성사, 2004) 7과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출간했다. 산문집 『반통의 물』이 있고, 옮긴 그림책으로 『조각이불』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양 남대천 억새밭04
양양 남대천 억새밭, 푸른 밤 / 나희덕, 네게로 향한 길

 

푸른 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길이었다

까마득한 밤 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푸른 밤 / 나희덕- 실은 네게로 향한 길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시는 나희덕 시인의 '푸른 밤'이라는 시입니다. 

20대의 마음에 더 닿을 수 있는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다른 연령대 분들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딱 마음에 남을 시일 것입니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 실은 네게로 향한 길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겪은 분이라면 무척 공감가는 구절입니다. 보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볼 수 없기에 돌아가는 길. 그런데 그 길마저도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길이겠죠. 실제 걸어가는 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무리 멀고 먼 길을 걸어도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더 향하겠죠. 

 

'사랑에서 치욕으로 /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이런 경험들은 한 두번씩은 겪었을 것 같네요. 사랑과 치욕은 정말 동전의 양면아닐까요? 사랑하다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가 겪는 감정이죠. 사랑과 치욕. 그러나 정말 사랑한다면 그 어떤 치욕도 다 극복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의 결실이 맺어질 때 가장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생애는 /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너무 멋있는 표현입니다. 지름길을 몰라서 먼 길 돌아 가는 길이였던 것입니다. 우리 젊었을 적 사랑을 돌이켜보면 그러지 않았나요?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안타까운 시간만 보냈던 날들. 그렇게 돌고 돌아 만난 사랑을 생각해보면 결국 그것이 지름길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젊은 날의 사랑을 회상하게 해 준 시인듯합니다. 이 시 '푸른밤'을 읽으며 여러분 마음 속에 남아있는 첫사랑 또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애틋한 사랑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에움길 - 요약 빙 둘러서 가는 길. 우회로.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질러가는 길을 ‘지름길’이라고 한다면, 이와는 달리 빙 둘러서 가는 길이나 우회로를 일컬어 ‘에움길’이라 한다. ‘두름길’과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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