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메신저의 꿈꾸는 하루

반응형
향수(鄕愁)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강원 고성 왕곡 마을
강원 고성 왕곡 마을

 

향수 / 정지용,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시인 정지용은 1920년대~1940년대에 활동했던 시인으로 참신한 이미지와 절제된 시어로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100년 전에 활동한 시인의 시인데 전혀 촌스럽거나 하질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정지용시인의  '향수'를 알고 난 뒤 한 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 구절이 하나하나 빠지지 않고 너무 좋아 대학 가면 음악 공부해서 언젠가 이 시에 음악을 붙여 멋진 노래로 만들어야겠다는.

 

뭐 그럴 수 있는 꿈이죠. 어렸을 때부터 음악 듣는 걸 나름 좋아했고, 기타도 좀 치는 편이었으니 아! 내가 음악에 좀 재능이 있구나! 하고 착각하던 시기였으니까요. 오죽하면 고등학교 시절 대학 가는 목표 중 하나가 MBC 대학가요제에 꼭 출전하는 것이었을까요? 나 어떡해, 꿈의 대화, 내가 등등을 들으며 자란 세대들은 이런 꿈 한 번씩은 꿔보지 않았나요? 이런 얘기 하면 너무 올드한가요? 물론 대학 가서 음악 공부를 좀 더 하면서 말도 안 되는 꿈이라는 걸 깨닫기 했지만요.

 

그만큼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는 참 멋있고 노래 가사로도 하나 손색이 없는 훌륭한 시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1학년 때 제 꿈을 누군가 가로채간 것처럼 아주 멋진 노래로 탄생시켰더군요. 바로 1989년 작곡가 김희갑선생님김희갑 선생님이 아주 멋지게 만드시고, 테너 박인수 대중 음악 가수 이동원 듀엣으로 불렀었죠. 이 노래를 들으면서 바로 든 생각이 '그래, 바로 이런 곡을 만들고 싶었던 거야'라는 아주 허황되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죠. 뭐 생각이야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근데 정말 멋진 시에 멋진 노래를 잘 입혔다고 생각 듭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내내 머릿속에 노래가 떠나질 않네요. 

 

5월은 가정의 달이죠. 그 안에 어버이 날도 있어 고향 방문하는 분들 많을 텐데 고향 가는 길에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들으면서 가면 고향 가는 길이 훨씬 더 운치 있고 정감가지 않을까요? 보고 싶고 그리운 고향 사람들을 미리 떠올리면서 가면 가는 길이 더한층 즐거워지리라 생각 듭니다. 

 

멋진 시와 멋진 노래로 재 탄생한 정지용 시인의 '향수' 읽고 들으며 잘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정지용 '향수', 이동원 & 박인수 노래, 김희갑 작곡

 

이해와 감상

시 '향수'는 정지용의 초기시의 하나로서, 1930년대에 지니게 되는 이미지스트의 시풍과는 달리 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주정적(主情的)으로 노래했다.

그는 충북 옥천(沃川)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도쿄에 유학하던 1923년 경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작품에서 그리고 있는 공간은 당시의 우리 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농촌이며,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그런 뜻에서 이 작품은 특정한 개인의 체험을 넘어서서 한국인이 지닌 향수의 보편적 영상으로 수용될 만하다.

작품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 부분마다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는 연이 먼저 오고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독백이 이어짐으로써 간절한 그리움을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반복의 수법은 무척 단순한 것이지만, 그 어떤 복잡한 기교보다도 절실하게 시인의 심경을 나타내 준다.

다섯 부분의 구성은 순탄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교묘하다. 첫째, 셋째, 다섯째 부분은 포근함과 아름다운 꿈이 서려 있는 고향의 모습이다. 둘째, 넷째 부분은 가난하고 고단한 삶의 모습이 담긴 고향을 보여 준다. 작품 전체는 결국 이 두 가지 빛깔로 채색된 고향의 모습이 차례로 엇갈리면서 전개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두가 사랑스럽고 그리운 삶의 원천으로 절실하게 결합하는 데에 바로 시인이 노래하는 향수의 깊은 호소력이 있다.

출처 : 네이버 카페 제주 시詩사랑 숨비소리

 

※ 아래 소개하는 다른 좋은 시도 읽어보세요!

정지용 '향수
정지용 '향수'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