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마음을 이렿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라고
기다리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와 닿지 않나요?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가는 마음이 느껴집니다.그래서 그 마음을 견디다 못해 다음과 같이 내 걸어두네요.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을 떼어서 창 밖에 걸어두고 언제 오는 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집니다.보고 싶은 마음이 먼저 볼 수 있게 창 밖에 걸어두는 것은 아닐까요?누구나 그런 적 있잖아요?카페같은 곳에서 보고 싶은 연인이나 가족들을 기다릴 때언제 오나 잠시도 눈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문이 열릴때마다 쳐다보고 창밖을 눈 빠지게 쳐다보던 그런 경험들말입니다.
창밖을 주시하며 오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지켜보죠.
그 사람인가? 아닌가?그 순간은 항상 설레이는 마음 가득합니다.이제나 저제나 간절한 마음 가득합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죠.
그 마음이 얼마나 많았으면 마음이 가난해졌을까요?
이제 알 수 있습니다.
시 제목이 왜 "가난한 사람에게"인지
그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가난할 수 있다는 건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그 사람때문에 항상 설레는 기다림을 간직할테니까요
<출처 - Pixabay>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입니다. 이 대목은 아직 잘 와 닿지는 않지만 별이 바로 기다리는 사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별을 생각한다는 건 밤일텐데 눈 내린 들길을 밤에 걸어간다는 건 그만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겠죠.
너무 추위에 떨지 않고 사진 속 오두막 같은 곳에서 쉬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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