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 이해인 수녀
나뭇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 하나 연륜 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머언 훗날 넓은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여위어 간다
벌써 11월의 중간도 지나간다.
이제 가을은 다 끝난 듯하고
겨울을 슬슬 준비해야 할 시기다.
여기저기 김장한다고, 또는 했다고하는
소리가 참 많이 들린다.
겨울을 준비하는 건 사람이나
나무나 다 똑같다.
이 시기의 나무는 참 조라하다.
단풍이 한참 절정을 이룰 땐
보기 좋은 풍경을 만들지만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간신히 몇 개가 나무가지에 붙어있으면
그것이 더 초라해보인다.
"나뭇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그럼 그 모습을 보는 사람도
왠지 그렇게 느껴진다. 초라하게....
연말이면 한 해가 마무리되가는
시점이지만 연초의 다짐과 열정은
점점 시들어가고 연말이 다가올수록
허탈하고 초라해지는 것이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이야기하나 간신히 남아있는
그래서 더 아쉬운 11월이지만
그래도 겨울을 잘 조용히 넘기고
내년 봄에 더 많은 이야기와
열정을 가지고 피어나길 바라는 건
나무나 사람이나 똑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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