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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로부터 입수된  Pezibear 님의 이미지 입니다.

 


편지 - 헤르만 헤세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보리수가 깊은 신음 소리를 내고
달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내 방을 엿본다

나를 버린
그리운 사람에게
긴 편지를 썼다
달빛이 종이 위로 흐른다

글귀를 흐르는
고요한 달빛에
나는 슬픔에 젖어
잠도, 달도, 밤 기도도 모두 잊는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이면 애수에 젖어듭니다. 점점 싸늘해지는 날씨와 붉게 물들어 가는 가을단풍 그리고 하나 둘 지는 낙엽들을 보다 보면 괜히 쎈치해진다고 하죠. 헤르만 헤세도 달빛 가득한 가을의 어느 날 밤 같은 기분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를 버린 그리운 사람에게' 긴 편지를 씁니다. 편지 쓰는 내내 달빛이 엿보고 있습니다. 외로운 밤하늘을 홀로 비추고 있는 달빛에 마음이 더 슬퍼집니다. 보리수의 깊은 신음 소리에 묻혀 시인의 아픈 신음 소리가 사라집니다. 

 

설악산 주전골 단풍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죠.

가을만 되면 왠지 모를 우수에 젖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활력 넘쳤던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한 해를 마무리할 때입니다. 일 년을 잘 보냈는 지 되돌아 보면 좋은 일, 나쁜 일들이 다 떠 오르겠죠. 근데 신기한 건 좋았던 일보다 안 좋았던 일들이 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을에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달래보다 보니 더 우수에 젖어 드는 건 아닐까요? 그러다 보면 나를 버린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다들 그런 추억들 하나 씩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헤세는 저 편지를 과연 보냈을까요?

올 가을 정말 그리운 사람에게 긴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요? SNS가 아닌 손편지를 보내고 받아 보면 이 가을이 그나마 덜 외롭고 덜 슬퍼질 것 같습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Pezibear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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