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초, 중, 고 학창 시절 가장 싫었던 숙제 중 하나가 아마 독서 감상문일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가장 싫은 것 중 하나였죠. 그림 그리는 것과 함께. 책 읽는 것조차 싫었는 데 무슨 '독서 감상문'!!! 책 읽으면 졸리기만 하고 재미 하나도 없는 데 왜 읽으라는 건지 거기에 무슨 감상문까지.... 전혀 이해되지 않는 숙제요 충고였습니다.
반면 4살 터울 형은 어렸을 때부터 책 읽은 것을 엄청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 이미 약 500권 정도의 책을 읽었었죠. 그래서 틈날 때마다 책 좀 읽으라고 잔소리하기도 했는 데 역시 그것도 영 귀에 들어오진 않았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다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아니 이 글처럼 독서 리뷰를 읽을 정도라면 저랑은 다르게 책 읽는 것을 취미로 하는 분들일 수도 있겠네요.
오늘 리뷰하는 책은 제 인생의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전혀 책을 읽지 않다 대학가서는 나름 독서에 취미를 붙이고 대학 졸업 때까지 약 500여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대부분 소설과 과학에 관련된 서적들이고 사회학이나 인문학 관련 서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성향은 대학 졸업하고 나서도 그랬던 것 같고 심지어 졸업 후 회사 들어간 뒤, 또 결혼하고 애들이 생긴 후엔 그나마 읽었던 책의 수도 거의 1/3 이하로 줄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하고 결혼 생활을 하며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소설이나 자기 계발 그리고 재테크 관련 서적이었으니 인문학 관련 서적과는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었겠죠.
그러나 2014년인가 아파트 바로 옆에 생긴 작은 도서관에서 눈에 띄는 서적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박웅현의 '여덟 단어'라는 책이었는 데 꽤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문학에 관해 문외한이었던 제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죠. 인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좀 호기심이 생겨 박웅현의 책을 더 찾아보다 발견한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책 '책은 도끼다'입니다. 왜 책은 도끼다인지 저자의 말을 읽어보겠습니다.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개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 '책은 도끼다' 저자의 말중에서
이 시대의 가장 유명한 인물 중 몇 명을 꼽으라면 그중에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이 들어갈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들을 할 수 있었는지 질문을 하면 답하는 내용 중 꼭 들어가는 것이 어렸을 때의 독서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고 그중에서도 인문학 관련 서적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죠. 그래서 2010년 이후로 우리나라에도 인문학 공부 열풍이 일었다고 합니다.
위 박웅현의 글 속에서도 그런 것을 깨달을 수 있네요.
'얼어붙은 감성을 개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이게 바로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목적이고 이유인 것 같습니다. 현대 문명 속에서 점점 더 감성은 메말라 가고 죽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하는 데 그런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인 거죠. 그다음 문장도 참 와 닿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도끼로 깨어진 얼음 사이 예민하게 자란 촉수의 싹이 자라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촉수로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진다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직 많은 인문학 서적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한 권 한 권 읽다보니 조금씩 예민해진 촉수가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직 많이 자라지 않아 내 삶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진 못하고 있지만 변화에 대한 갈증은 충분히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 것이 그냥 읽는 것만으로는 책의 놀라운 감성과 지식이 내 것이 되지는 않는구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싫어하던 독서 감상문이라는 것을 적고 있는 데 확실히 읽기만 하는 것보다 더 많이 마음에 남는 것이 있어 좋다고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 중 또 하나 감명깊은 문장으로 '책은 도끼다'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해봅니다. 다음 포스팅에선 1강부터 좋은 문장과 느낀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촉수)은 나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했다. 신록에 몸을 떨었고, 빗방울의 연주에 흥이 났다. 남들의 행동에 좀더 관대해졌고, 늘어나는 주름살이 편안해졌다.
이 문장만 읽어도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는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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