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메신저의 꿈꾸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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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에서 제 인생의 책이 바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라고 말씀드렸고, 나아가 인문학에 대해 작게나마 눈 뜨게 해 준 고마운 책이라는 것도 적었었죠. '책은 도끼다'는 예전에 읽었던 책입니다. 2015년인가에 읽었었는 데 그땐 밑줄 치며 읽기만 하고 그에 대한 생각이나 감상은 머릿속에만 남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머리로만 남겨 둔 것은 확실히 금세 잊게 되는 것 같네요. 그래서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이번에 다시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이번엔 밑줄 친 걸로만 끝내지 않고 그 밑줄 친 부분에 대해 저만의 감상을 적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독서 감상문을 적어봅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며 새롭게 밑줄 친 부분도 있고 예전에 친 부분도 있습니다. 근데 확실히 감상문을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으니 문장 문장 하나가 새롭게 다가오고 해석도 더 잘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독서 감상문을 자발적으로 적는 것은 생애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예전 학창 시절에 몇 번 있었지만 그건 학교 과제 중 하나였을 뿐이었죠. 정말 하기 싫었던 숙제요. 다들 비슷한 경험 있잖아요!

 

Pixabay 로부터 입수된  congerdesign 님의 이미지

 

책은 도끼다 독서 감상문 1 - 1강 시작은 울림이다

   이제 시작해볼까요? '책은 도끼다'는 예전에 읽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도 역시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쳤습니다. 제 감상이 솔직히 필요 없을 정도로 좋은 문장들이니 감상문을 살짝 패스하고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p13

그림, 음악, 영화 등에서도 분명 많은 영감을 얻고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기에 책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합니다. 음악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그런데 음악을 감상하기만 했지 무엇인가 영감을 얻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책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을 때 좀 더 신경 써서 듣고 읽을 때가 생긴 것 같습니다. 확실히 광고계에 종사하는 분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 p14

우선 저는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좋은 부분들, 감동받은 부분들에 줄을 치고, 한 권의 책 읽기가 끝나면 따로 옮겨놓는 작업을 합니다. 

 

 제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밑줄 치는 것까진 했는 데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냥 끝이었던 것이죠. 그러다 이 책은 한 강 다 읽을 때마다 옮겨 적고 있는 데 확실히 한 번 더 신경 쓰게 되니 밑줄 친 문장들이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을 쓰는 분들이 다 이런 노력을 하셨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p19

새가 쏟아지는구나, 대나무 숲으로 새가 다투어 몰려나오는구나, 내가 본 자연의 스케일을 다 잡아서 한 폭에 담아냈다는 것이 그냥 놀라운 뿐이었어요.

 

 이철수 작가의 판화집에 나오는 글을 보고 남긴 박웅현의 감상입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배우고 싶은 시선 또는 통찰력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근데 이런 시선 또는 통찰력은 생각만으론 생기지 않는 거라는 걸 이번에 느꼈습니다. 그 생각을 글로 적어보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나 만의 시선 또는 통찰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 p20

‘염주끈이 풀렸다

나 다녀 간다 해라

먹던 차는

다 식었을 게다

새로 끓이고,

바람 부는 날 하루

그 곁에 다녀 가마

몸조심들 하고

기다릴 것은 없다’ - <좌탈(坐脫)>

 

: ’좌탈’은 스님들이 앉아서 해탈하시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이 작품과 글을 보고 좌탈이 어떤 것인지 아주 명료하게 알게 됐습니다. 장황한 설명으로도 갸우뚱하던 것이 단번에 이해가 된 것이죠. 그래서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에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에 대한 감상문도 따로 적어 보아야겠습니다. 불교 사상을 참 간단명료하게 적어낸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Pixabay 로부터 입수된  LeoNeoBoy 님의 이미지

 

♠ p22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 <가을 사과>

 

: 이철수는 또 저에게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동양의 삶의 태도와 서양의 삶의 태도를 가장 극명하게 비교하게 해 주었는데요. 

 

 동/서양의 철학은 그 방향과 사상이 다르다는 건 좀 느꼈지만 그 차이를 정말 이렇게 3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지 않나요? 사물이나 사건을 해부해서 분석하는 것이 서양 철학이라면 정말 철학적인 것이 동양 철학이 아닐까요. 과학적 분석에 기반을 둔 서양 철학이 한계에 부딪히면 동양 철학을 찾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데 이 세 문장이 그 이유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p24

‘꽃 보내고 나니,

놓고 가신

작은 선물

 

향기로운

열매’         - <작은 선물>

 

: 탄성이 절로 나오죠? 이렇게 뜻밖의 시선에 놀라고 나면 그다음부터 저도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습니다. 열매, 그냥 보아 넘기지 않죠. 아, 이 자리에 꽃이 있었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이철수의 책은 이렇게 평소에 못 보던 보게 만들어줬습니다. 그래서 참 고맙습니다. 인간의 글 안에 자연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소설가 김훈에 따르면 글쓰기는 자연현상에 대한 인문적인 말 걸기라고 합니다. 

 

 이 시에 대해 감상문을 따로 적어 올린 것이 있습니다. 요기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p34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1년에 다섯 권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이 문장 때문에 1강 '시작은 울림이다'의 소제목이 정해진 것 같습니다. 울림이 있는 문장들은 그동안 읽은 책 들 중간중간에 솔직히 많았는 데 그 울림을 계속 간직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유 중 하나가 어쩌면 바로 다독 콤플렉스에 빠졌기 때문은 아니었나 하고 반성하게 되는 글입니다. 물론 다독도 하지 못했으니 더 부끄러운 반성입니다. 저도 1년에 몇 권 이런 목표를 하고 그 목표 권수를 채우는 것에 급급해 하진 않았나 하고 반성합니다. 책 한 권 다 읽고 나면 바로 다음 책으로 넘어가면서 그전에 읽었던 책의 울림 있는 문장들을 다시 곱씹어 보지 못한 거죠. 근데 확실히 이렇게 울림 있는 문장들을 다시 읽고 감상을 적으니 더 좋네요. 

 

♠ p35-36

‘할미꽃이

비를 맞고 운다.

비가 얼마나 할미꽃을 때리는동

눈물을 막 흘린다.

  • 안동 대곡분교 3년 이성윤, ‘할미꽃’

 할미꽃에 떨어지는 빗물을 눈물로 본 거예요. 글이 아주 현장감이 있어요. 약해서 마구 흔들리며 비를 맞고 고개를 떨군 꽃을 보고 감정이입을 한 거예요. 이런 아이들이 창의적인 것이죠. 풀에 감정 이입하는 능력이 있으니까요. 제가 갖고 싶고 또 가져야 하는 능력을 실제로 갖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카피라이터를 한다면 저는 행복하게 일할 것 같습니다. 

 

♠ p37

피카소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건 힘들지 않았지만,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고요. 

 

피카소의 말과 박웅현의 말에 모두 공감 가죠? 어렸을 때 잘 생각해보세요. 아니면 자녀의 어렸을 때를 떠올려 봐도 좋습니다. 그때는 아직 사고가 굳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자유로운 생각들을 하고 별 것도 아닌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궁금해하죠. 그런 호기심이 바로 창의성이었는 데 어른들은 쓰잘데 없는 생각 한다고 오히려 혼을 내죠. 아니면 그 많은 호기심에 귀찮다고 얼버무리기 십상이거나. 아이들의 그 순수한 호기심을 어른들이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훨씬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습니다. 다음 문장이 바로 삶의 풍요와 관련 있는 문장이네요. 

 

♠ p42

이렇게 울림이 있는 것들과 함께하면 좋은 점은 무엇보다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겁니다.

 

♠ p45

결국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일상’입니다.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대처 능력이 커지는 것이죠. (...) 답은 일상 속에 있습니다. 나한테 모든 것들이 말을 걸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들을 마음이 없죠. 그런데 들을 마음이 생겼다면 그 사람은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두 시간 강의에서, 한 권의 책으로 제가 가르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 여러분 안에 씨앗이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한테 울림을 줬던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창의성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모두 창의적이 되어야 하는 거죠? (...) 저의 대답은 창의적인 되면 삶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고,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일상'이라는 깨달음을 얻어가는 거죠. 시인들의 시선도 바로 우리가 배워야 하는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들도 읽어보세요. 우리가 항상 접하는 평범한 일상에서 시인들이 찾아내는 울림이 크게 와 닿을 것입니다. 반 백 살 살면서 먹고사는 것에 너무 치우져 이런 울림을 몰랐던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앞으로 이런 울림을 일상에서 조금씩 찾아내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 p51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식이 많은 친구들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합니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울림을 받는다는 건 바로 감동을 한다는 거겠죠? 그런 감동이 주는 삶의 풍요로움을 우린 얼마나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특히,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그런 울림, 감동들을 더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삶이 힘겹기 때문이겠죠. 이럴 때일수록 더 책과 가까이하며 허전한 마음에 작은 울림이라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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