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남 시인의 수필집 「겨울 비선대에서」를 읽다 참 좋은 시 하나 소개되어 있어 올려봅니다. 2연 5행의 아주 짧은 시지만 이 시만큼 사랑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한 시는 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정남 시인의 수필 '연리근' 중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중국 당나라 때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대서사시로 지은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 셋째 연 맨 마지막 구절에 이승에서 맺지 못한 사랑을 다음 생인 하늘에서 만나면 비익조가 되고 지상에서 만나면 연리지가 되자는 한시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즉 둘이 한 몸이 되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을 의미하는 나무로, 연리지나 연리근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p 23
여기서 연리지와 연리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면 두 나뭇가지가 서로 붙어 있으면 연리지고 뿌리가 지상에 나와 서로 엉켜 있으면 연리근이라고 한답니다. 두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있는 것처럼 두 연인의 마음도 서로 이어져 사랑으로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연리지나 연리근은 사랑을 맹세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 것입니다. 이 수필 속에 다음 시가 소개되어있는 것이죠.
나무 심기 / 손숙
사랑이란
나른 너만큼
파내는 일
그 자리에
너를 꾹 눌러 심는 일
권정남 시인이 수필에서 적은 것처럼 완전한 사랑은 내 안에 있는 이기심과 아집을 파내고 파낸 자리에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을 뿌리째 심어 서로를 푸르게 키워내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내 안에서 파내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랑하는 이에 대한 마음의 자리가 훨씬 더 많이 생겨날 것이고 두 마음이 그렇게 서로 엉켜가며 싹을 틔우고 자라면서 연리지나 연리근처럼 하나의 나무같이 이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랑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 사랑이 이성에 대한 사랑만이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 형제나 자매간의 사랑 그리고 친구나 지인과의 사랑도 다 포함하는 것이겠죠. 그런 사랑을 많이 담으려면 그만큼 우리 안에서 많이 파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내 마음의 잘못된 사랑, 집착 같은 것을 다 파내고 그 안에 따스한 사랑으로 가득 채운다면 우리들의 삶은 더 행복한 나날들로 채워지겠죠.
내 마음의 여기저기 사랑이라는 나무 심기를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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