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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는 하루66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을 담아 보내는 '10월 엽서 - 이해인' 10월 엽서 - 이해인 / 수녀, 시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그냥 단감이 아니고 탄탄한 단감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좋아하는 감정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겁니다. 흐트러지지 않는 마음 가득 좋아하는 마음을 단단히 매어두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이런 마음이겠죠? 더 없이.. 2020. 10. 16.
속초에서 - 최 영 미 / 가을바다, 갈매기 그리고 파도가 느껴지는 시 「속초에서」 - 최 영 미 "바다, 일렁거림이 파도라고 배운 일곱 살이 있었다 과거의 풍경들이 솟아올라 하나 둘 섬을 만든다. 드문드문 건져 올린 기억으로 가까운 모래밭을 두어 번 공격하다보면 어느새 날 저물어, 소문대로 갈매기는 철없이 어깨춤을 추었다. 지루한 飛行 끝에 젖은 자리가 마를 만하면 다시 일어나 하얀 거품 쏟으며 그는 떠났다. 기다릴 듯 그 밑에 몸져누운 이마여ㅡ 자고 나면 한 부대씩 구름 몰려오고 귀밑털에 걸린 마지막 파도소리는 꼭 폭탄 터지는 듯 크게 울렸다. 바다, 밀면서 밀리는 게 파도라고 배운 서른두 살이 있었다 더 이상 무너질 것도 없는데 비가 내리고, 어디 누우나 비 오는 밤이면 커튼처럼 끌리는 비린내, 비릿한 한 움큼조차 쫒아내지 못한 세월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밤이 깊어가고 .. 2020. 10. 15.
귀천 - 천상병, 아름다운 삶의 절정과 소풍 같은 인생의 마감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고등학교 때까지 책이란 것을 거의 안 읽고 살았었다. 공부하는 데 필요없다는 생각에 책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국어 수업시간 내내 50분을 어떻게 때워야 하는 생각으로 들었던 것 같다. 아니 듣기 보다는 그냥 몰래 잠자거나 딴 짓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 들어가 형의 충고로 독서라는 것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1년에 100~200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깨달았.. 2020. 10. 13.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 왜 가난한 사람이 되었을까?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마음을 이렿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라고 기다리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와 닿지 않나요?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가는 마음이 느껴집니다.그래서 그 마음을 견디다 못해 다음과 같이 내 걸어두네요.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을 떼어서 창 밖에 걸어두고 언제 오는 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집니다.보고 싶은 마.. 2020. 9. 29.
묵화 - 김종삼,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련해지는 시 묵화 -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정말 짧은 시입니다. 단 6줄 밖에 안되는 데 읽으면서 느껴지는 이 감정은 과연 무엇일까요? 왠지 저 할머니는 오래 전에 남편이 돌아가시고 혼자 지낸 지 꽤 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은신가요? 그 할머니 곁에 자식들도 없고 적막한 시골에 오직 소 한마리가 함께 남은 인생을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할머니와 소는 밭으로 논으로 일을 나갈겁니다. 발걸음이 터벅터벅 걷는 것이 상상이 갑니다. 급한 일들이 있거나 꼭 해야 할 일이 없을 수도 있는 데 오랜 일상의 습관이 되어버린 발걸음입니다. 그렇게 하루를 소와 할머니는 서로의 친구가 되어 아무 일 없이 보내게 됩.. 2020. 9. 26.
방문객 - 정현종 , 가을에 어울리는 시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벌써 가을입니다. 이런 저런 일들로 어수선한 한 해도 이제 3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말이 글을 쓰는 아침에 참 와 닿습니다. 누구를 만나는 것에 대해 우린 기쁜 마음으로 약속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며 설레이기도 하고, 때론 그 시간이 오지 않기를 아니 어떻게 하면 그 만남을 피할 수 있을까하며 고민하기도 합니다. 좋은 만남은 서로에게 부서.. 2020.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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