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벌써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 낮에 제법 더운 바람이 불어 이제 곧 여름이 시작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 근데 왜 이런 시기에 봄 시를 올릴까요?
지난 수요일 김남권 시인과 인연이 되어 그 분의 좋은 시들을 읽고 있고 있기 때문입니다.
3월부터 인문학에 대해 공부하려고 듣는 교양 강좌에 김남권 시인이 강사로 초대되어 그 분의 좋은 강의를 듣고 시(詩)에 대해 한층 견문이 올라간 시간을 가졌는 데 강의 말미에 직접 책까지 선물해주셔서 시집 표지에 있는 말처럼 가슴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받으며 봄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중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중에 시 몇 편을 소개하려 합니다.
봄을 알려주는 매화, 진달래, 개나리, 목련 그리고 벚꽃도 다 지고 있는 봄의 말미에 가슴 따뜻한 감성과 위로의 메시지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보니 길거리에 철쭉이 꽃 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아직 봄이 다 가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첫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문 자리마다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손길이 머문 자리마다
이파리가 돋아납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두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눈빛으로 햇살을 불러오고
당신의 따뜻한 가슴으로 물결을 불러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손길로 대지를 눈뜨게 하고
당신의 따뜻한 발걸음으로 꽃이 눈멀게 했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세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빈 가지마다 햇살을 입히고
맨몸으로 시린 하늘을 건너와
소름이 돋아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서러운 가슴을 모닥불에 재우고
도린결의 기은 어둠을 건너와
햇살이 돋아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홀로된 눈빛을 바람결에 뉘이고
풀꽃의 가녀린 꽃눈을 불러와
사랑이 돋아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네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처음 만난 엄마의 눈빛이 그랬습니다
처음 만난 아빠의 눈빛이 그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빛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책으로 보면 훨씬 예쁜데 사진은 좀 색이 바래서 나와 안타깝네요. 봄처녀의 수줍은 표정과 시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겨우내 움츠려있던 봄처녀의 마음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겠죠?
이 외에도 좋은 시들이 많습니다.
'김남권 시인의 시들은 매우 부드럽다. 어조가 부드럽고 글의 내면에 흐르는 정조가 부드럽다. 그리고 화사하다. 이러한 부드러움과 화사함이 독자들에게 많은 위로와 힘을 줄 것으로 믿는다. (...)
세상에 시가 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크나큰 축복이며 소망이고 또다시 위로이다. 부디 우리들의 시들이 자존감 잃은 분들에게 자존감의 터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 추천사, 나태주 시인
김남권 시인의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느낀 제 감정이 바로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에 그대로 담겨 있네요.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감정도 딱 이랬습니다.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를 하는 말투와 어조가 참 부드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 데 시를 읽어보니 왜 그런지 더 잘 느껴지더군요. 시는 시인의 경험, 관찰 그리고 상상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했는 데 시를 읽다보니 김남권 시인의 경험, 관찰과 상상이 바로 그 분의 인성이 시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구나 하고 느끼며 읽었습니다.
정말 가슴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시들이 많습니다. 위 4편의 시만 소개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정호승 - 수선화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0) | 2021.04.16 |
---|---|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0) | 2021.04.15 |
#006 책은 도끼다 독서 감상문 1 - 1강 시작은 울림이다 (0) | 2021.04.08 |
이철수 - 작은 선물, 책은 도끼다(박웅현)의 울림에 감동 (0) | 2021.04.06 |
#005 내 인생의 책 '책은 도끼다' - 인문학에 눈을 뜨게 해 준 고마운 책 (0) | 2021.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