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업그레이드

728x90

Pixabay 로부터 입수된  Mircea Ploscar 님의 이미지

좋은 시 모음, 시인 서안나 - 깊어지는 사과 / 모과 / 슬픔의 좌표

 

깊어지는 사과

익는다는 것은

사과의 의지

사과나무를 떠나겠다는

깊어지는 사과의 표정

 

사과를 깎으면

나무의 첫 마음 소리가 난다

 

파리넬리의 울게 하소서를 듣는 오후

떠나는 것들은 왜 모두 젖어 있을까

남근을 자르고

신의 목소리로 노래한 자는

육체를 버리고 영혼으로 돌아갔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면

나무를 버린 꽃의 손목이 있다

어머니를 놓아버린 피 묻은

내 손가락이 있다

 

두 귀에 푸른 뱀을 걸고

우리는 서로

안녕

최초의 의자로 돌아가

머리카락을 뽑고 캄캄해진다

사과가 익는 저녁은 수상하다

 

잘 익은 사과를 먹으면

당신의 깊어지는 감정을 이해하는 일

첫 생각을 지키는 사람이 된다

 

나는 뱀을 삼키고 태어났으므로

나는 어머니를 삼키고 태어났으므로

찬밥처럼 고요하게

내 안의 목차를 따라 깊어진다

저녁이었다

 

Pixabay 로부터 입수된  Flo Heibe 님의 이미지

 

모과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 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지

 

 

슬픔의 좌표

 

슬픔은 뾰족하다

뼈가 다 보인다

끝에 독이 묻어있다

 

누가 꼽았을까

압정처럼 박힌

흰 꽃

진흙 얼굴이 보인다

물소리가 난다

 

올 여름

다시 피었다

번쩍이는 발목을 들고

 

쇠칼로 베어내도

죽지 않는 

흰 꽃



728x90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